2023 13번째 <행복의 기원>
<인상 깊었던 내용>
이렇게 미래를 과도하게 염려하고 또 기대하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산다. 대다수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고등학생은 오직 대학을 가기 위해, 대학생은 직장을 얻기 위해, 중년은 노후 준비와 자식의 성공을 위해 산다. 많은 사람이 미래에 무엇이 되기 위해 전력 질주 한다. 이렇게 'becoming'에 눈을 두고 살지만, 정작 행복이 담겨 있는 곳은 'being'이다. 인생은 유한하다.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인생사다. 사람들은 상당 부분을 부와 성공 같은 삶의 좋은 조건들을 갖추기 위해 쓴다. 이런 것을 소유해야 행복이 가능하리란 강한 믿음 때문에. 하지만 여기서 기대만큼의 행복결실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수십 년 연구의 결론이고, 이 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적응'이라는 녀석이 지목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적응이라는 범인은 잡았는데, 그의 정확한 범행 동기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별은 '예측'하는 것만큼 행복을 낮추지 않는다.
유학시절, 지도 교수가 쓴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제목은 '행복은 기쁨이 아니라 빈도다 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affect.' 나는 이것이 행복의 가장 중요한 진리를 담은 문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결국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비슷하다는 과학적 결론이 나온다. 아이스크림은 입을 잠시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녹는다. 내 손안의 아이스크림만큼은 녹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 행복해지기 위해 인생의 거창한 것들을 쫓는 이유다. 하지만 행복 공화국에는 냉장고라는 것이 없다. 남는 옵션은 하나다. 모든 것은 녹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주 여러 번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스크림은 어떤 맛일까? 명품가방 맛? 고시 합격의 맛? 다음 챕터로 넘어가 보자.
행복의 관점에서 보면, 이 '가벼운 짐'은 외향적인 사람들이 가지고 태어난 큰 유전적 혜택이다. 유전자는 공평이라는 단어를 모른다. 그러나 짐이 묵직해도 힘을 내 올라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는 두 가지 가능성이 공존한다. 어색함 대 즐거움.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는 새로운 만남이 주는 즐거움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래된 연인과의 데이트를 택하지만, 실제 경험을 측정하면 낯선 이성과 식사한 후의 즐거움이 더 크다. 그러니 내향적인 사람들이여, 어색함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행복한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들과 보낸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성은 자신의 자원을 사람과 관련된 것에 많이 쓴다는 점이다. 돈과 행복에 대한 최근 연구가 좋은 예다. 일정 경제 수준에 이르면 얼마나 돈이 잇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진다. 최근 주목받는 콜로라도 대학의 리프 반 보벤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한 이들은 공연이나 여행 같은 '경험'을 사기 위한 지출이 많고, 불행한 이들은 옷이나 물건 같은 '물질' 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찰한 알베르 카뮈는 이런 말을 남겼다. "행복해지려면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마라 To be happy, we must not be too concerned of others." 둘째, 타인을 의식하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내가 아닌 타인의 시각을 통해 매사를 판단하고 평가하게 된다. 심지어 자신의 행복마저도. 우리 연구실에서 최근 진행한 문화비교 연구에서는 미국과 한국 대학생들에게 최근 즐겨웠돈 경험 하나(여행 등)를 써보고 그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그 후 이 즐거운 경험에 대해 본인이 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고 어떤 반응을 했는지 알려주었다. 한 조건에서는 참가자들이 언급한 일(여행)을 다른 사람들은 그다지 즐거운 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다른 조건에서도 남들도 마찬가지로 여행은 아주 즐거운 경험이라 생각한다고 말해주었다. 시간이 흐른 뒤, 참가자들에게 여행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다시 한번 평가하도록 했다. 예상했던 문화 차가 나타났다. 미국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 하든 여행에 대한 원래의 자기 느낌을 고수했다. "내가 즐거웠다는데, 무슨 상관." 반면 한국 참가자들은 흔들렸다. 자기 경험이 남들이 볼 때는 별게 아니라는 피드백을 받은 참가자들은 여행이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즐겁지 않다고 느꼈다. "나만 좋다고? 왠지 뭔가 착각한 것 같아 뻘쭘해진다. 과도한 타인 의식에서 나오는 혼란이다.
행복은 나를 세상에 증명하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잣대를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필요도 없고, 누구와 우위를 매길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인 경험이 행복이다. 내가 에스프레소가 좋은 이유를 남에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들의 허락이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타인이 모든 판단 기준이 되면 내 행복마저도 왠지 남들로부터 인정받아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행복의 본질이 뒤바뀌는 것이다. 스스로 경험하는 것에서 남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왜곡된다. 이 과정에서 행복의 또 하나의 적이 탄생한다. 과도한 물질주의적 가치. 저 사람 "행복할 만하다"라는 말을 듣기 위해서는 우선 남들이 볼 수 있는 구체적 증거들이 필요하다. 내용보다 외형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결혼식은 어떤 특급 호텔에서 했는지, 와인은 얼마짜리인지에 더 관심이 쏠린다. 그리고 이런 행복의 외형적인 증거물들을 전시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진다.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질적 풍요다."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다. 하루 세끼조차 보장되지 않는 아프리카 사람들보다 한국인이 돈을 더 중시한다. 이것은 경제 상태가 아닌 어떤 문화적 가치가 개입되었다는 뜻이다. 남이 볼 수 있는 화려한 겉옷을 인생에 덧입혀야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관련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 수준이 되면,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질주의적 태도 자체가 행복을 저해한다는 것이 많은 연구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