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0권 독서하기

2023 2번째 <자발적 방관육아>

주시카 2023. 3. 2. 15:48

 

 

<인상 깊었던 내용>

수학 실력을 자랑하는 아이가 있었다. 엄마들이 보기에는 대단히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일 테지만 선생님들 눈에는 그렇지 않다. 엄마들이 말하는 공부 잘하는 아이는 엄마가 준비를 잘 시키고, 선행학습을 많이 시킨 아이다. 지금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다. 1학년에 학습을 잘 준비해서 오는 아이는 많지만, 줄넘기를 잘하는 아니아 요거트 뚜껑을 잘 따는 아이는 몇 명 없다. 책상 서럽 정리를 잘하는 아이도 몇 명 없을뿐더러 색칠을 꼼꼼하게 하는 아이도 몇 명 없다.  게다가 40분간 수업 시간에 눈을 맞추며 집중하는 아이는 정말 몇 명 없다. 그 중 몇 명은 선행학습은 안 되어 있지만 앞서 말한 모든 것을 다 잘해내고, 결국 고학년에 가서는 빛을 발한다. 선생님들이 말하는 공부 잘하는 아이는 '앞으로' 공부를 잘할 아이다. 그것도 스스로. 영어 알파벳도 모르고 셈도 느리지만, 옷을 혼자 잘 정리하고, 체육 시간에 줄을 잘 서는 아이다. 모든 것을 스스로 잘하는 아이는 학교에 적응을 잘한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이 공부도 잘한다. 아니, 잘하게 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엄마들과 상담해보니, 공통적으로 '자발적인 방관육아'를 하고 있었다. 남들이 영어와 한글, 수학 공부에 매진할 때, 집에서 아이의 속도에 맞게 차분히 기다려주었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엄마가 부지런히 돕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만 했다. 나도 학부모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아이들에게 숙제하라고, 책 읽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밥 한번 제대로 떠먹이지 않았고, 다쳐도 스스로 일어 날 수 있도록 하였다.

보건실에 자주 가지 않는 아이들은 가정에서 이 안전과 소속감, 애정의 욕구가 모두 채워졌으므로 학교에서 존경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학교에 오면 공부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돌아간다. 보건실에 갈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보건실에 자주 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스스로 줄을 돌리며 뛰어넘는 이 행동이 단순해 보이지만, 자기 조절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내 몸을 내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스스로 체득할 수 있다. 규칙에 따라 정해진 수만큼 도전하기, 줄에 걸리지 않고 100번 넘기와 같은 도전 과제들은 아이들을 인내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럼 이제 줄넘기 학원에 보내야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부모님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줄넘기 학원에는 보낼 필요가 없다. 어쩌면 보내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줄넘기 선수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아이가 자기 몸을 스스로 조절하면서 어떻게하면 줄을 잘 넘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조절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체 조절력 외에도 다양한 자기 조절력을 키워주는 방법은 2장에서 소개한다. 

친구 관계에서 싫은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아이들이 오히려 건강한 관계를 맺어간다. 착한 아이들이 친구가 많을 것 같지만, 아니다. 톡톡 쏘아붙이고 강한 아이들 옆에는 오히려 친구가 있지만, 착하기만 한 아이들은 오히려 친구가 없어 고민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착해서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아이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낼 줄 알고 적당히 싫은 감정도 표현하는 아이가 건강한 교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따뜻하기만 해도, 차갑기만 해도 친구 관계를 맺기가 어렵다. 가끔은 친절하게 또 가끔은 불편한 감정도 드러내면서 그렇게 아이들에게 적당한 거리두기의 미학을 가르쳐주자. 화내지 않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면, 아이도 그것을 배우고 친구 관계에서도 그렇게 한다. 화를 담아 감정을 쏟아내지 말고 담백한 말로도 부정적인 감정을 전달할 수 있음을 알려주자. 따뜻한 감정으로 품어주기도 해야 하지만, 갈등 관계와 상처받는 상황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극복하는 방법도 알려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믿는 만큼 자라고, 선생님이 믿는 만큼 자란다. 선생님을 좋아하게 만들어주면 아이는 학교생활도 잘하게 되고 공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정서적 안정을 주는 따뜻한 방관은 '말'에 있다. 엄마가 어떤 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에너지 낭비하지 않고,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며,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달콤한 거짓말도 섞어가며 그렇게 아이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모두 정서가 안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난 정서가 올바르고 따뜻한 아이들은 모두 공부를 잘했다. 아이들로 증명되었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방법은 엄마가 부지런히 학원 픽업하러 다니는 게 아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부터 시작하자.

초등기에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자. 초등학교 성적은 어디에도 필요가 없다. 중고등학교가 올림픽이라면 초등학교는 태릉선수촌이다. 초등기는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기 위해 연습하고, 실패하고, 공부 근육을 만들고, 실패 근육을 만들며 시도해보는 시기다. 6년 동안 아이가 시행착오를 겪고 나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비로소 자신만의 공부법을 만들게 된다. 선생님들은 안다. 받아쓰기 100점을 받아도 공부로 오래가지 못할 아이와 받아쓰기 0점을 받아도 공부로 오래갈 아이가 눈에 보인다.

초등 1학년에 배우는 공부가 제일 중요하다. 이때 잘 다져두어야 12년의 공부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다. 유치원까지를 '유치원생' 이라 부르고, 1학년부터는 '학생(學生)' 이라 부른다.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시기부터 학교를 보내 공부를 시키는 이유는 이제 스스로 배우고 깨우칠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뒤집고 앉고 서고 걷기를 한 번에 할 수 없듯이 아이들은 자라는 동안 해야 할 놀이가 계속 있다. 친구들과 놀면서도 배우고 언니 오빠들과 놀면서도 계속 배워야 한다. 놀이터에 앉아 방관하라. 놀이기구에서 다치지 않도록 몸을 쓰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지켜보자. 부지런하게 키즈카페를 가거나 학원을 찾을 필요가 없다. 문구점에서 줄넘기 하나 사서 아이와 함께 놀이터로 산책을 가보자. 아이는 학교에서 잘 앉아 있게 될 것이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아는 것이다. 이것이 메타인지다. 새로운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줄여나가는 과정을 공부라고 하는데, 그러려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아이가 모른다고 하면 '우리 아이의 메타인지가 잘 자라고 있구나.' , '우리 아이는 똑똑하구나.' 하고 생각하면 된다. 몰라야 알고 싶고, 알려고 노력해야 알게 되므로 언제까지 모를지 속쓰려도 혼내지 말자. 아이들은 스무 번, 서른 번 말해도 모른다. 알려주고, 설명하고, 예를 들고, 반복하며 스스로 개념을 깨우칠 때 까지 설명해줘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면 학교에 와서 선생님께 배우고 물어볼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원리도 모르고 구구단을 외우는 것보다 훨씬 낫다. 수업 시간에는 알든 모르든 모두에게 반드시 그림으로 그려서 풀라고 하는데, 언젠가 아이가 물을 것이다. "이제 안 그려도 풀 수 있는데 안 그리면 안 돼요?" 딱 거기까지만 기다려주면 된다. 심화 문제도 그림을 그려가며 거뜬히 풀어낼 수 있다. 그래야 다음 학년에 올라가 도형의 넓이도 구하고 그래프도 그린다. 초등 수학은 손으로 해야 한다. 메타인지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이가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기다려주면 된다. 그러니 예습보다는 복습을 잘 시켜야 한다. 

경시대회 문제를 푸는 적기, 지금 - 선행학습을 하면 안 된다. 심화학습이 더 중요하다. 자꾸 선행하려고 하니 공식을 암기하게 된다. 앞선 학년의 문제를 풀어내면 선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공식으로 푸는 것은 암기이므로 한계가 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걸으라 하지 않는다. 

매 순간 학교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최선을 다한 결과물에 칭찬을 아끼지 말자. 엄마 눈에는 하찮아보일지라도 아이가 만들었을 정성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칭찬하자. "멋지다.", "정말 잘했어.", "고생했다." 그리고 작품을 놓을 작은 공간을 마련해 전시해주면 어떨까?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게 공유해주면 무척 좋아한다. 미술 시간에 만든 작품들도 모두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어 한다. 예쁜 꽃을 그리면 엄마에게 드리고 싶다는 아이들의 예쁜 마음에 크게 감동해주자. 아이의 가방 속 예쁜 쓰레기는 최선을 다하는 아이로 자라게 하는 보석일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에 문해력 열풍이 불었다.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수업에 필요한 단어를 미리 알려주고 수업했더니 수업 이해도와 수업 참여도가 높았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신문 기사에서 한자나 전문용어, 정제된 문장과 함축된 단어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교과서 읽기가 훨씬 수월하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길 원한다면 신문을 읽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